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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REDIT GIANT 작성일18년05월26일 15:17 조회24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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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개츠비
    by
    이정미

    그는 한동안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읽었노라고 이야기 하였다. 가게에서는 위대한 개츠비의 OST“Young and Beautiful”이 흘러 나왔다. 내가 더 이상 아름답거나 젊지 않아도 나를 사랑할거니. 일요일의 달큼한 숙취와 비릿한 타액의 향이 선연하게 맴돌았다. 그는 현실적이었으므로 놀이이상의 의미로는 나에게 접근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나를 쉽게 잊을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게 유명 작가의 번역에 관한 이야기를 의미 없이 늘어놓았다. 그 나라의 언어를 전공한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역겨운 우월감이 공기를 매웠다. 입안에 잡힌 동그란 물집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이내 굳은살처럼 딱딱하게, 죽은 살이 되어 자리할 것이다.

    지난 일요일 저녁 내가 사랑하는 그가 전화를 받지 않는 동안에 내가 혐오하는 그와 키스하였다. 내가 사랑하는 그가 한 번도 배웅해준 적 없는 집 현관 앞에서 내가 혐오해야만 하는 그가 내 몸을 더듬었고, 왜 이렇게 섹시해, 라며 제정신이라면 하지 않을 말을 읊조렸다. 그의 휴대폰에서는 그의 소중한 그녀가, 지금 그의 프로필 사진의 한 켠에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가,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에게 나는 놀이일 뿐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 수 밖에 없는 나는 그의 손을 가슴팍으로 끌어 당겼다. “원래 자주 이러나요?”는 나의 말이었고, “, 바람 피는 거?” 는 그의 대답이었다. 연어의 붉은 향들이 입안을 비릿하게 채우고 혀에서는 시큼한 알코올의 향이 느껴졌다. 역겹다.

    나는 섹스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야, K가 그렇게 이야기했을 때 처음으로 섹스를 좋아하지 않는 남자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완전히 믿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이에 로맨틱한 감정을 기반으로 한 신뢰관계는 생길 수 없다.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섹스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몸을 섞을 만큼은 나를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뜻이겠지. 술에 만취해 누군가 당신을 강간하려 들지 않는 이상 당신의 얄팍한 이성을 지키고 있겠다는 뜻이겠지. 이성적인 상사인 K가 술을 마시면 애정결핍증 가 되어버린다는 사실을 안 것은 지난 겨울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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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식 자리가 끝나기도 전에 일어서는 나를 붙잡으며 그가 뒤따라왔다. 그게 시작이었다. 얼굴이 반반했던 그가 이런 식으로 행동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나도 그랬으니까. 몸을 더듬고 껴안고 키스를 나누면서 그는 웃으며 이야기했다. 오늘, 여기까지인 것은, 너를 봐준 거야. 그런 그가 말한다. 나는 섹스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야.

    욕망욕구는 비슷한 말처럼 보이지만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 욕망이란 어떠한 결핍, 부족을 느껴 무엇인가를 가지거나 탐하고자 하는 마음이고, 욕구는 단순히 무엇을 얻거나 무슨 일을 하고자 바라는 것을 말한다. 잠깐 라캉의 정의를 빌려오도록 하겠다. 라캉은 사람들이 욕망 개념을 요구나 욕구 개념과 혼동한다고 비판하였다. 그는 욕구가 순전히 생물학적인 충동이며 신체기관의 요구에 따라 등장했다가, 충족되면 일시적으로 약해진다고 보았다. 그러나 무기력의 인간은 스스로 그 욕구를 충족할 수 없기 때문에 타자의 힘을 빌리게 위해 소리 내서 표현해야 한다, 즉 욕구를 발화하면서 욕구를 요구로 분절하는 것이다. 욕망은 요구로 욕구를 분절할 때 만들어지는 잉여이다. 충족이 가능한 욕구와는 달리 욕망은 결코 충족될 수 없다. 욕망의 실현은 충족시키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욕망 그 자체의 재생산에 존재한다 

    섹스는 분명히 해소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효과적인 섹스는 효과적인 탈출구가 된다. 애인과 죽일 듯이 싸우고 몸을 섞고, 술을 진탕 마신 후 몇 년 지기 친구와 몸을 섞고, 클럽에서 처음 만난 이성과 몸을 섞고. 우리는 체액을 나누고 신음을 공유하는 가장 은밀한 행위를 통해 성욕뿐만 아니라 지저분한 감정의 퇴적물들을 무너트린다. 섹스의 한 면에는 분명히 생명을 만드는 행위라는 경건함이 존재하지만 다른 한 면에는 들키고 싶지 않은 치부들, 감정의 찌꺼기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확실히 해야 할 것은 섹스를 통해 욕구를 해소할 수는 있지만 욕망은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욕구와 욕망을 착각하는 순간 왜 난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의 라비린토스에 갇히게 된다.

    죽고 싶다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는 K를 아주 오래 생각한다. 한 번은 그가 장난 식으로 물었다. “왜 인간은 욕심을 버릴 수 없는 걸까. 도대체 욕심을 버리고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신의 채울 수 없는 욕망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당신이 섹스를 통해 그것들을 채울 수 없다는 것도 이해하려고 한다. 내가 느끼는 충동과 욕구를 당신을 통해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납득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술을 마시고 나의 몸을 탐하려던 그와 나는 섹스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야라고 말하던 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녀는 호텔에 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해마다 우리는 이게 마지막이라고, 다시는 보지 못할 거라고 다짐하곤 했으니까요. 그러면서도 우리는 해마다 여기에서 만났습니다. 그게 벌써, 하나, , 셋…… 일곱 해가 지났습니다. 일곱 번의 밀회, 일곱 번의 섹스, 일곱 번의 헤어짐, 일곱 번의 다짐, 일곱 번의 체크아웃, 일곱 번의 거짓말.

    김영하, 「밀회」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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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나리타주> 보도 스틸 인용
     

    나를 사랑하는 그로부터 견딜 수 없는 허탈함을 느끼고, K, 당신을 불렀을 때 당신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와 술을 마시러 나온 건지 잘 모르겠다. 물론 나 또한 무엇을 기대하고 그날 당신을 불렀는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당신이 가볍게, 기분전환 삼아 나를 안아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그보다는 나를 좀 더 무겁게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면 누군가가 채워줄 수 없는 당신의 무엇을 내가 채울 수 있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내가 혐오해야 하는 당신을 무엇 때문에 이렇게 오래 생각하는지, 그러면서도 이 글을 쓰며 다시금 일련의 사건을 되새기고, 당신이 나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텍스트들을 곱십는지 알 수 없다.

    K가 말하였다. “나도 마냥 가볍게 생각하고 행동한 게 아니야, 내 입장을 네가 마음대로 재단하고 행동한 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기분이 나빠.” 더 이상은 당신이 한 행동들에 어떠한 저의가 있었는지 알고 싶지 않다. 그리고 설령 당신이 무엇인가를 말한다고 해도 나는 믿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그 상태로 남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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